Discussion
본 연구는 농촌에 거주하는 후기 청소년 여성의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탐색함으로써 여성 청소년의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수행되었다. 본 연구에서 밝혀진 후기 청소년 여성의 자살 생각에 대한 영향요인은 구체적 자살 계획, 주관적 안녕, 주변 사람의 자살 경험의 순으로 나타났다. 본 장에서는 여성 청소년의 자살 생각의 관련요인과 영향요인을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결과 자살 생각의 정도는 총점 평균 24.24점으로 동일 도구로 측정한 국외 여성 청소년의 16.01점에 비해 높았으며[
8], 국내 여성 청소년인 10.05점에 비해서도 높았다[
6]. 24점 이상의 점수는 자살 생각을 매우 많이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는 보고를 고려하면[
6] 자살률이 높은 농촌 여성 청소년의 자살 생각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에 비해 10대 연령에서 자살 생각의 정도가 더 높았다. 이는 선행 연구들과 일관된 결과이며, 그 원인을 학업 스트레스로 많이 꼽고 있다. 2019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3–18세의 경우 학업 스트레스, 19–24세는 직장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으며, 여성의 스트레스는 남성에 비해 12.2% 더 높았다[
22].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 분석하지 못한 자살 생각의 영향요인으로 학업과 직업 스트레스를 추후에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폭력 경험과 가정 폭력의 경험 여부에 따른 자살 생각 정도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폭력 노출 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 생각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학교 따돌림 등의 폭력 경험을 가진 피학대 청소년의 자살 생각이 높은 수준이라는 선행 연구와 일치하였다[
9]. 하지만 가정 폭력의 노출 경험 유무에 따라 자살 생각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가정 폭력 경험을 가진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자살 생각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와는 다르지만[
21], 학교 폭력에 비해 가정 폭력의 통계적 유의성이 낮다고 하는 보고와 일맥상통한다[
23].
경제적 요인을 살펴보면 차이 검증에서 소득 수준 간에 자살 생각의 차이가 없어 기존 연구에서는 소득이 낮을수록 자살 생각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와[
24] 차이가 있었다. 한편, 청소년 자살 잠재 위험군에서는 가정 경제 스트레스가 영향요인이었으나, 자살 고위험군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25]. 본 연구에서도 낮은 소득 수준이 회귀모형 1에서 자살 생각에 영향을 주었고, 2, 3모형에서는 영향력이 사라졌다. 가정의 소득 수준이 우울, 주관적 안녕 등의 타 요인에 비해서 높은 영향력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가정의 소득 수준과 우울, 주관적 안녕감, 구체적 자살 계획, 주변 사람의 자살 경험, 자살 생각과도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여성 청소년에게 가정의 소득 수준은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타 요인에 비해 비중이 적게 나타났지만, 한 문항으로만 측정했기 때문일 수 있어 추후 연구를 요한다.
우울은 자살 생각의 가장 강력한 영향변수로 연구되어 왔다[
23]. 본 연구에서는 회귀모형 1에서 유의한 영향변수로 나타났으며, 상관관계 분석에서는 우울이 구체적 자살 계획, 자살 생각과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주관적 안녕감과는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우울은 스트레스 사건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고 있으며, 본인이 우울하다는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우울을 중재할 수 있는 초기의 상태를 지나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26]. 그러므로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 청소년의 우울이 만성화되기 전에 초기 단계에 사정하여 잠재적 위험이 있는 대상자의 심리적 중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회귀분석 결과 모형에 투입되었을 때 23%의 설명력 증가를 가져와 자살 생각에 가장 영향을 크게 주는 요인이 구체적 자살 계획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자살률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높지만, 자살 시도 비율과 자살 생각 정도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았다[
4]. 여성 청소년은 자살 생각의 내재화 정도가 높고 남성 청소년에 비해 자살 생각의 감소 궤적이 적어 자살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7]. 청소년의 자살 시도 대다수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충동적이라는 과거의 연구 결과가 있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구체적인 자살 계획이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나 청소년의 자살이 현실도피적, 충동적, 일시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이라는 연구 결과들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8]. 이는 청소년의 자살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청소년의 자살이 충동적이라는 관점보다는 예측 가능하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 및 시스템 구축에 있어, 청소년들에게 구체적 자살 계획이 있는지를 선별하고 조기에 예방적 개입과 처방이 가능하며,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높았던 독립변수는 주관적 안녕이었는데, 주관적 안녕은 높은 긍정적 정서와 만족감, 낮은 부정적 정서로 이루어져 있다. 본 연구의 상관관계 분석에서도 주관적 안녕은 주변 사람의 자살 경험, 구체적 자살 계획과 약한 상관관계를, 우울과는 중등도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결과는 주관적 안녕감이 대상자의 자살 생각에 보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선행연구[
29]에서 청소년의 자살 생각 보호요인으로는 낙관성, 자아 존중감, 정서 조절이 있었던 것과 일치하나, 위험요인으로 보고된 학업 스트레스나 자살 고위험군에게 위험요인이 한꺼번에 닥칠 경우 자살 위험이 높아진 집중적 특성은 측정하지 못해 추후 연구를 요한다.
본 연구에서 주변 사람의 자살 경험은 자살 생각에 세 번째로 영향력이 높은 변수였다. 주변 사람의 자살 경험 정도는 6점 척도에서 평균 4.46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 자살자에 대한 심리 부검에서 자살자의 45.5%가 부모 혹은 조부모의 자살 시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친척 중 자살 사망 경험이 36.4%로 나타났다[
2]. 영국 연구에서는 가까운 이의 자살을 경험한 대상자의 49%가 자살 생각을 하였으며, 9%가 자살 시도를 하였다[
14]. 사회적으로 베르테르 효과(the Werther effect)라고 불리는 유명인의 자살 사건은 민감한 청소년기에 모방 자살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 친척의 자살을 경험한 사람은 자살 생존자로 분류되고 있다[
30].
연구 결과 농촌에 거주하는 후기 청소년 여성의 자살 생각에 대한 영향요인은 구체적 자살 계획, 주관적 안녕감, 주변 사람의 자살 경험 정도의 순이었다. 20대보다는 10대, 폭력의 경험이 없는 경우보다는 있는 경우에 자살 생각이 더 높았으며, 우울감이 높을수록 자살 생각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 청소년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 잠재적인 자살 위험군을 선별하려면 구체적 자살 계획, 자살 생각 및 우울, 폭력 경험을 사정할 필요가 있다. 선별된 위험군에는 주관적 안녕감의 속성인 만족감, 긍정적 정서를 높이고 부정적 정서를 줄이는 교육과 세밀한 정서적 중재를 통하여,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 청소년의 자살 생각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친구, 친척, 가족의 자살 사건 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은 자살 생존자에 해당하므로 그에 준하는 자살 예방 계획과 중재를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자살 생존자에 대한 사적인 비밀 유지 및 인권 보호적 상담에 관하여 철저히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살 생존자 예방적 중재에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 청소년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할 것이며, 미디어의 자살 사건 보도는 청소년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의의는 농촌에 거주하는 후기 청소년 여성의 자살 예방 중재에 활용할 수 있는 영향요인을 파악하였다는 데 있다. 2019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의 상담 대상은 주로 친구(49.1%)이고, 그 다음이 부모(28.0%), 스스로 해결(13.8%)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4],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10.7%나 되었다[
4]. 청소년의 고민 상담에 스승은 0.9%, 전문 상담자를 포함한 기타가 0.8%로 나타나 전문적 중재가 부족한 현실이다[
4]. 청소년에 대한 자살 예방 중재는 지원 서비스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죄책감과 수치심을 고려하여[
29] 본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첫째, 자살률이 높은 3개 지역의 농촌에서 표집한 결과로 전국의 농촌 지역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과, 일부의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의추출하여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설문지에 기초한 조사 연구이므로 대상자의 응답에 의존하여 민감한 질문에 대한 응답의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셋째, 폭력 경험, 구체적 자살 계획, 주변인의 자살 경험 문항이 각각 하나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보다 타당화된 도구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와 직업 스트레스를 측정하여 자살 생각의 영향요인을 분석하는 연구를 제언한다. 둘째, 자살의 위험요인과 함께 보호요인을 조사하여, 예방 중재에 도움이 되는 매개변수를 파악하는 연구를 제언한다. 셋째, 본 연구에서 밝혀진 영향요인을 참고하여 농촌에 거주하는 후기 청소년 여성의 특성에 세밀하게 적합한 중재를 개발하여 적용할 것을 제언한다.